우리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입니다.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 총액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누진세율을 적용해 총세액을 구한 뒤, 상속인들이 받은 비율대로 나누어 냅니다. 재산 전체에 높은 누진 구간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상속인이 여럿이어도 세부담이 줄지 않습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각자가 실제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사람마다 따로 세액을 계산합니다 — 분산 상속일수록 각자의 과세표준이 낮아져 총세부담이 가벼워집니다.
OECD는 2026년 7월 발표한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네 나라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유산취득세 개편은 이 국제적 흐름에 맞춰 '받은 사람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바꾸려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 전환이 절세의 중심축을 옮긴다는 점입니다. 세부담이 상속인의 수와 배분 비율에 따라 달라지므로, 절세의 무게중심이 유산 총액을 줄이는 사전증여 일변도에서 '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분할 설계로 이동합니다. 배우자와 자녀, 나아가 손자녀까지 취득자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그 자체로 세액을 결정하는 변수가 됩니다.
신탁설계도 같은 관점에서 다시 살펴야 합니다. 유언대용신탁·수익자연속신탁에서 수익자를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설계는 유산세 방식에서는 세액에 차이를 만들지 않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취득분이 몰려 오히려 높은 누진 구간을 적용받게 됩니다. 반대로 수익자를 여럿으로 나누고 수익권 귀속을 단계적으로 설계하면 과세표준 분산의 효과를 그대로 얻습니다. 개편이 확정되면 이미 설정해 둔 신탁도 수익자 구성과 수익권 배분을 한 번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